삶에게 묻다 ㉒ 상처는 왜 오래 기억될까? - 잊으려 할수록 더 아픈 마음의 이유

📖 삶에게 묻다 3기
삶의 질문을 통해 마음과 관계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성찰 이야기입니다.

왜 좋은 기억은 금방 흐려지는데, 상처받은 말은 몇 년이 지나도 또렷하게 기억날까요?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나를 서운하게 했던 표정,
억울했던 순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나는 아직도 이 일을 잊지 못하는 걸까?"

하지만 상처가 오래 기억되는 것은 내가 약해서만은 아닙니다.

오늘 「삶에게 묻다 ㉒」에서는 상처가 오래 남는 이유와, 기억을 억지로 지우지 않고도 조금 덜 아프게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상처를 잊지 못하는 청년

어느 날 한 청년이 현자를 찾아왔습니다.

청년은 오래된 일을 꺼내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상합니다.

좋았던 일은 금방 잊어버리는데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던 말은 몇 년이 지나도 기억납니다.

그 사람의 표정도, 그날의 상황도, 그때 들었던 말도 아직 생생합니다.

왜 상처는 이렇게 오래 남는 걸까요?"

현자는 청년을 데리고 숲길을 걸었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줄기에 깊은 자국이 남아 있는 오래된 나무 앞에 멈추었습니다.

현자가 물었습니다.

"저 나무의 상처가 보이느냐?"

청년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아주 깊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자 현자가 말했습니다.

"상처만 보지 말고 나무 전체를 보아라."

청년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제야 보였습니다.

상처 난 줄기 위로 새로운 가지가 뻗어 있었고, 푸른 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현자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상처는 남았지만 나무는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았단다."

좋은 기억보다 상처가 오래 남는 이유

하루에도 우리는 수많은 말을 듣습니다.

"고마워."
"잘했어."
"수고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열 번의 칭찬보다 한 번의 비난이 더 오래 마음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자신에게 위험하거나 부정적인 경험을 비교적 강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는 같은 상처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기 위한 마음의 방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래된 상처가 떠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내가 유난하거나 마음이 약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몸의 상처와 마음의 상처는 닮았습니다

넘어져 무릎을 다치면 시간이 지나면서 새살이 돋습니다.

상처가 깊었다면 흉터가 남기도 합니다.

마음의 상처도 비슷합니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말은 오래 남고, 어떤 장면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 다시 떠오릅니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흉터가 남아 있다는 것과 상처가 계속 피를 흘리고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기억이 남아 있다고 해서 내가 아직 그날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왜 잊으려고 할수록 더 생각날까?

상처받은 기억이 떠오르면 우리는 자신에게 말합니다.

"이제 그만 생각하자."
"잊어버리자."
"지난 일이잖아."

하지만 마음은 명령한다고 그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그 기억을 계속 확인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회복은 기억을 억지로 지우는 것보다 그 기억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과정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그때 나는 정말 아팠구나."
"그 말을 듣고 많이 속상했구나."
"그래도 나는 그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왔구나."

상처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기억과 싸우는 힘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습니다.

상처는 내 삶의 전부가 아닙니다

마음이 많이 아플 때는 상처가 내 삶 전체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숲에서 만난 오래된 나무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줄기 한쪽에는 깊은 상처가 남아 있지만 그것이 나무의 전부는 아닙니다.

상처도 있고,
새로운 가지도 있고,
푸른 잎도 있고,
새들이 쉬어가는 그늘도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겪은 아픔은 내 삶의 한 부분일 수 있지만 그 상처 하나가 나라는 사람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상처보다 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어떤 기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과 똑같이 아플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던 일을 어느 날에는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사건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사건을 품고 있는 내가 달라진 것입니다.

어쩌면 회복이란 상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보다 내가 조금 더 커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상처를 회복할 때 필요한 것

상처가 떠오를 때 무조건 빨리 잊으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 "별일 아니야"라고 감정을 밀어내지 않습니다.
  • 감정과 나를 구분하기 - 지금 힘들다고 해서 내가 약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 말로 꺼내는 과정에서 마음이 정리되기도 합니다.
  • 현재의 나를 바라보기 - 그 일을 겪었던 나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돌아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복에 정해진 시간표가 없다는 사실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빨리 괜찮아지고 누군가는 오래 걸립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조금씩 내 삶으로 돌아오고 있는가입니다.

잊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흔히 상처를 완전히 잊어야 회복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잊을 필요는 없습니다.

기억은 남아 있어도 그 기억이 오늘의 감정과 행동을 계속 지배하지 않는다면 이미 많은 것이 달라진 것입니다.

상처를 떠올릴 때마다 무너지던 사람이 어느 날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

"그런 일이 있었지. 정말 힘들었어. 그래도 나는 잘 지나왔어."

그것도 충분한 회복입니다.

삶에게 묻다

나는 아직 어떤 말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 말은 지금도 나의 오늘을 아프게 하고 있을까?

그 상처를 지나온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얼마나 자라 있을까?

상처를 잊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을 가지고도 다시 웃고, 다시 사랑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처는 흔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흔적이 내 삶의 방향까지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는 말이나 기억은 무엇인가?
  •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한마디를 건넨다면 무엇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 그 상처를 지나오면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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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㉓편을 발행한 뒤 위의 # 부분을 실제 글 주소로 변경하면 시리즈 내부 링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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