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을 보며 깨달은 것 -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일기 55일차

이곳에 내려온 지 벌써 55일이 되었어요.

오늘은 여동생과 제부의 도움으로 55일 만에 도시로 나가 영화관에 다녀왔어요. 팝콘과 콜라를 들고 스파이더맨을 보며 회복은 혼자 싸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았어요.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일기 55일차
55일 만에 다시 만난 영화관과 큰 화면, 가족과 함께여서 가능했던 오늘의 외출 이야기예요.

시골에 내려온 뒤 영화와 멀어졌어요

처음 시골에 내려올 때는 쉬는 동안 OTT에 있는 영화와 드라마를 실컷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평소 보고 싶었던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휴식이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드라마를 한두 편 보다 보니 엄마는 엄마 방에, 저는 제 방에 따로 앉아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이곳에 온 것이 제 몸을 회복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이기도 한데, 각자의 방에서 바보상자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 뒤로 자연스럽게 영화와 드라마에서 멀어졌어요. 요즘 어떤 드라마가 인기인지, 어떤 영화가 개봉했는지도 잘 모른 채 시골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어요.

55일 만에 도시로 나가는 날

오늘은 여동생과 제부가 저와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왔어요.

제가 이곳에 내려온 뒤 55일 만에 도시로 나가는 날이라 어린 소녀가 도시 구경을 가는 것처럼 설레었어요. 어떤 영화를 볼지 찾아보는 시간부터 즐거웠어요.

우리가 선택한 영화는 스파이더맨이었어요. 시리즈 영화라 큰 부담 없이 가볍게 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는 영화는 팝콘과 콜라가 있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팝콘과 콜라를 들고 영화관에 들어가니 그제야 정말 영화를 보러 왔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영화관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어요. 요즘 극장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의외였어요.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다시 많아진 것인지, 스파이더맨의 인기가 많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사람들 사이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는 그 분위기까지 참 오랜만이었어요.

낯설지만 시원했던 영화관의 큰 화면

55일 만에 마주한 영화관의 큰 화면은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어요.

집에서 보던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 화면과는 크기부터 달랐어요. 영화가 시작되자 큰 화면이 주는 시원함이 있었고, 장면 속에 함께 들어가 있는 것 같은 현장감도 느껴졌어요.

동생과 제부도 영화에 집중했어요. 세 사람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한 이야기에 빠져 있는 시간이 좋았어요.

영화관의 큰 화면과 소리가 심하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다만 에어컨 바람은 예상했던 것보다 차가웠어요.

원래 영화관의 에어컨이 세다는 것을 알고 겉옷까지 챙겨 갔는데도 조금 춥게 느껴졌어요.

추위를 느끼자 제부가 자리를 바꿔주었어요

저는 화장실을 자주 다녀야 해서 가장 바깥쪽 자리에 앉았어요. 그런데 찬바람이 계속 느껴져 제부와 자리를 바꾸고 안쪽으로 들어갔어요.

제부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꿔준 것도 오늘 제가 받은 작은 배려였어요.

아주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 내 불편함을 알아보고 자리를 바꿔주는 마음은 오래 기억에 남아요.

혼자 힘들어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에 공감했어요

가볍게 보려고 선택한 영화였는데 마음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주인공이 더는 혼자 힘들어하지 않고, 혼자 싸우지 않겠다고 하는 마음이었어요.

요즘 저는 이곳에서 생활하며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자주 느끼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이야기가 더 크게 다가온 것 같아요.

오늘 저도 혼자 힘으로 영화관에 간 것이 아니었어요. 동생과 제부가 시간을 내어 저를 데리러 와주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영화관 안에서도 추위를 느끼는 저를 위해 제부가 자리를 바꿔주었어요. 누군가의 작은 도움이 오늘의 외출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었어요.

혼자 모든 것을 견디는 것만이 강한 것은 아니었어요.
도움을 청하고 누군가의 배려를 받아들이며 함께 가는 것도 용기였어요.

같은 영화를 서로 다르게 바라보았어요

동생은 영화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았어요.

영이 다른 영을 지배하는 것처럼 그려지는 장면을 보며 실제로 그런 초능력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어요.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한 것이었어요.

저는 주인공이 혼자 싸우지 않겠다고 하는 관계의 이야기에 마음이 갔고, 동생은 영화 속 초자연적인 설정을 자신의 신앙 안에서 바라보았어요.

같은 영화를 함께 보아도 각자가 살아온 경험과 믿음에 따라 기억에 남는 부분이 달랐어요.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것도 함께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스파이더맨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꼈어요

영화를 보며 주인공의 달라진 모습도 바라보게 되었어요.

처음 스파이더맨 역할을 했을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 사이에는 시간이 흘러 있었어요. 영화 속 배우만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라 그 영화를 보아온 저도 함께 나이를 먹었어요.

젊은 시절에는 주인공의 활약과 이야기만 보였다면 지금은 얼굴과 몸에 지나간 시간까지 보여요.

누구도 세월을 피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는 것이 무조건 잃어가는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혼자 싸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법을 배우고,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 했던 사람이 관계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것도 세월이 주는 변화일 수 있어요.

저도 수술 전과는 달라진 몸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예전처럼 무엇이든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도움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몸에 맞는 속도를 찾아가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 만난 제부와 가까워지는 시간

제부와 저는 서로 나이가 들어 만난 가족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사이도 아니고 오랜 추억이 쌓여 있는 관계도 아니에요. 동생의 결혼으로 가족이 되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 저절로 가까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를 보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해요.

조금 있으면 다시 출근하는 제부가 그전에 처형인 저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 시간을 내주었다는 것이 기특하고 고마웠어요.

아마 오늘은 저에게만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을 거예요. 제부에게도 새로운 가족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관계는 한 사람만 노력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서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야 편안한 사이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말복 치킨으로 여름을 떠나보냈어요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치킨 한 마리를 튀겨왔어요.

오늘이 말복이었기 때문이에요.

집에 돌아와 엄마까지 넷이 둘러앉아 치킨을 맛있게 먹었어요. 거창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네 사람이 함께 먹으니 말복을 제대로 보내는 기분이 들었어요.

팝콘과 콜라로 시작한 영화관 나들이가 양념치킨과 후라이드치킨으로 마무리되었어요.

우리 넷이 함께 여름을 떠나보내는 작은 마무리 의식을 치른 것 같았어요.

귀가 후에는 몸의 반응을 살폈어요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머리가 조금 멍하고 띵한 느낌이 있었어요. 콧물도 조금 흐르는 것 같았어요.

두통이 아주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의 외출과 극장의 찬 에어컨 바람이 제 몸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생각했어요.

외출이 즐거웠다고 해서 몸의 신호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오늘은 충분히 즐겼으니 남은 시간에는 무리하지 않고 쉬면서 몸의 변화를 살펴보려고 해요.

예전에는 영화 한 편을 보고 돌아오는 일이 특별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외출의 즐거움과 함께 제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살펴야 해요.

회복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참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몸에 필요한 휴식까지 챙기는 과정인 것 같아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낀 날

회복 55일차

오늘은 55일 만에 도시로 나가 동생과 제부와 함께 영화를 보았어요. 낯설지만 시원한 큰 화면을 마주했고,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영화에 빠져들었어요.

집으로 돌아와서는 엄마까지 넷이 치킨을 나누어 먹으며 말복을 보냈어요.

영화 속 주인공은 혼자 힘들어하지 않고 혼자 싸우지 않겠다고 했어요.

오늘의 저도 혼자가 아니었어요.

동생과 제부가 저를 데리러 와주었고, 추워하는 저를 위해 제부가 자리를 바꿔주었어요. 집에서는 엄마와 함께 치킨을 나누어 먹었어요.

오늘은 혼자 애쓰는 것보다 서로 돕고 함께 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낀 날이었어요.

오늘의 한 줄

회복은 혼자 강해지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손을 잡고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이 글은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경험한 개인적인 일상을 기록한 글이에요. 회복 과정과 외출 후 나타나는 몸의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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