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다 보면 오르막길 앞에서 몇 번이나 마음이 흔들립니다. 다리는 무거워지고 숨은 차오르는데, 자전거는 꼭 제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 시험이라도 하듯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내리막길 때문입니다. 힘들게 오른 길을 내려갈 때면 누군가 뒤에서 힘껏 밀어주는 것처럼 자전거가 저절로 달리기 시작합니다.
머리카락과 볼을 스치는 바람, 바람막이 점퍼와 바람이 부딪치는 소리, 눈앞에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주변에서 들려오는 찌르레기와 새들의 노래까지. 그 순간만큼은 평범한 자전거가 신나는 롤러코스터로 변합니다.
내리막길을 위해
오르막길은
자전거가 내 체력을 면접한다.
“숨은 얼마나 남았나요?”
“다리는 아직 괜찮으신가요?”
나는 대답 대신
헉헉거리며 페달을 밟는다.
내가 이 고생을 하면서도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하나,
바로 내리막길 때문이다.
누가 뒤에서 힘껏 미는 것처럼
자전거는 저절로 달리고,
바람은 머리카락과 볼을 스치고
바람막이 잠바는
신이 나서 파닥파닥 박수를 친다.
앞에는 파란 하늘,
옆에서는 찌르레기와 새들의 합창.
레일바이크인가 했더니
어느새 롤러코스터다.
오르막에서 빠져나간 내 영혼도
내리막에서 다시 따라붙는다.
“잠깐만요!
같이 가요!”
— 보라 강민주
오르막길을 견디게 하는 내리막길
오르막길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나온 것을 잠시 후회하기도 합니다. 숨은 차고 다리는 아프지만, 그 길 끝에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다시 한 번 페달에 힘을 줍니다.
마침내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힘겨웠던 순간은 금세 잊힙니다. 바람은 머리카락과 볼을 스치고, 바람막이 잠바는 힘차게 펄럭이며 자전거보다 먼저 신이 납니다.
자전거가 선물하는 황홀한 순간
누군가 뒤에서 세게 밀어주는 듯 자전거가 저절로 굴러가는 순간, 평범한 시골길은 레일바이크가 되었다가 신나는 롤러코스터로 변합니다. 눈앞에는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찌르레기와 이름 모를 새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내리막길을 응원합니다.
어쩌면 힘든 오르막길은 이 짧고 황홀한 순간을 만나기 위해 치르는 입장료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다음 산책에서도 힘겹게 페달을 밟으며 다시 내리막길을 기다릴 것 같습니다.
오르막길에서 빠져나간 힘은
내리막길의 바람이 다시 채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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