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채는 49개월, 홍이는 31개월입니다. 저에게는 이제 30개월이 되어가는 또 한 명의 손녀 예예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예전보다 말을 빨리 배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홍이는 언니인 채채와 함께 지내기 때문에 언니가 사용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형제자매 없이 자라는 예예도 언어 습득력이 빠른 편입니다. 엄마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을 기억했다가 비슷한 상황에서 그대로 사용합니다.
작은 아이의 입에서 어른의 말이 나오면 웃기고 귀엽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는 우리가 가르치려고 한 말보다 평소 무심코 사용하는 말을 더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 아이는 단어뿐 아니라 말투와 감정까지 따라 합니다.
- 아이의 말은 가장 가까운 어른의 언어를 비추기도 합니다.
- 완벽한 말보다 실수한 뒤 고쳐 말하는 모습이 중요합니다.
엄마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예예
예예는 엄마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을 기억했다가 상황에 맞게 따라 합니다. 누가 직접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어느 날 제법 어른스러운 표현을 꺼냅니다.
그 모습을 본 딸들은 웃으면서 말합니다.
“아이 앞에서는 정말 말조심해야겠어.”
하지만 말은 오랫동안 몸에 밴 습관이라 마음먹은 것처럼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짜증이 나면 어른도 모르게 익숙한 표현이 튀어나옵니다.
아이는 말과 감정을 함께 배웁니다
아이는 어른의 말을 단순히 흉내 내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 그 말을 사용하는지, 그때 어른의 표정과 목소리는 어땠는지도 함께 관찰합니다.
화가 날 때는 어떻게 말하는지, 속상할 때는 어떤 표정을 짓는지, 실수했을 때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일상에서 배웁니다.
아이에게 가장 가까운 언어 교재는 특별한 학습지가 아니라 가족이 매일 주고받는 평범한 말일 수 있습니다.
작은 입에서 나온 “미치겠네”
우리 딸들도 무언가 잘못되거나 짜증 나는 일이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미치겠네”라는 말을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아이의 입에서도 같은 말이 나옵니다.
“아, 미치겠네.”
작은 아이가 상황에 맞게 어른의 표현을 사용하는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어 가족들은 웃습니다. 그러나 웃음 뒤에는 “앞으로는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따라옵니다.
아이는 그 말의 정확한 뜻을 모두 알지 못하더라도 답답하고 짜증 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사실은 알아차렸을 수 있습니다.
감정이 많은 아이에게 감정의 언어를 들려주세요
채채처럼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아이에게는 감정을 억누르게 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울지 마”, “짜증 내지 마”라고 말하기 전에 아이가 느끼는 마음에 이름을 붙여줄 수 있습니다.
-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했구나.”
- “기다려야 해서 답답했나 봐.”
- “동생이 먼저 해서 화가 났구나.”
- “할머니와 헤어져야 해서 슬프구나.”
아이는 이런 말을 반복해서 들으며 자신의 감정을 울음이나 거친 표현 대신 언어로 설명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웁니다.
완벽한 부모보다 고쳐 말하는 부모
아이 앞에서 언제나 좋은 말만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부모도 할머니도 피곤하고 화가 날 수 있으며 오랫동안 사용해 온 말버릇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을 알아차리고 다시 표현하는 모습입니다.
“그 표현은 좋지 않았어.”
“다음에는 ‘속상하네’라고 다시 말해볼게.”
아이에게 사과하고 말을 고쳐주는 과정도 좋은 배움이 됩니다. 아이는 어른도 실수할 수 있으며, 실수한 뒤에는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고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이의 말은 어른의 일상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채채와 홍이, 예예를 바라보며 다시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시간을 정해놓고 가르칠 때만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밥을 먹을 때, 물건을 찾을 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사용하는 평범한 말들을 통해 세상과 감정을 배웁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모든 말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거친 말이 나왔다면 다시 고쳐 말하고, 오늘 한 번 더 따뜻한 표현을 들려주면 됩니다.
아이의 말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아이가 매일 듣는 어른의 말을
천천히 돌아보아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아이가 좋지 않은 말을 따라 하면 바로 혼내야 하나요?
먼저 그 말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짧게 알려주고 대신 사용할 표현을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 말은 사용하지 말자. 속상할 때는 ‘속상해’라고 말해보자”처럼 구체적으로 안내해주세요.
Q2. 아이 앞에서 실수로 거친 말을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실수를 숨기기보다 “방금 한 말은 좋지 않았어. 다시 말해볼게”라고 바로잡아주세요. 자신의 말을 고치는 어른의 모습도 아이에게 중요한 배움이 됩니다.
Q3. 아이가 어른의 말을 따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가요?
어린아이는 주변 사람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 하며 배웁니다. 다만 아이마다 언어발달의 속도와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또래와 단순하게 비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아이의 언어와 감정 발달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말의 이해나 표현이 또래와 비교해 뚜렷하게 늦거나 사용하던 말이 줄어드는 변화가 있다면 소아청소년과 또는 관련 전문가와 상담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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