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6일차, 엄마는 부추에 거름을 주셨고 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뇌동맥류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엄마 집에 내려온 지 6일째, 오늘은 안개 낀 아침과 얼가리배추 김치, 그리고 부추에 준 거름을 보며 내 몸의 회복을 생각했다.

오늘은 회복 6일차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몸이 조금 멍했다.

머리도 맑지 않았고, 약간 어지러운 상태였다.

몸은 조금 더 누워 있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밖에서는 엄마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엄마는 벌써 하루를 시작하신 모양이다.


아침 산책 대신 안개 낀 산을 찍으러 갔다

어제 장에 다녀오면서 얼가리배추와 고구마 줄기를 사 왔다.

엄마는 어제 저녁부터 말씀하셨다.

"내일 아침에 하자."

그 말이 떠올랐다.

아침부터 엄마가 움직이는 것은 아마 얼가리배추와 고구마 줄기를 손질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원래는 아침 산책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오늘은 무리일 것 같았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포기한 것이 아니라, 몸의 신호를 조금은 듣게 된 것 같다.

밖으로 나가 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산 전체를 감싸고 있는 안개가 참 아름다웠다.

순간 이 풍경은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찍기 좋은 자리로 가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회복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이상하게 이런 풍경들이 눈에 더 오래 머문다.


마당 한켠에서 양파를 까고 계신 엄마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니 엄마는 마당 한켠에 앉아 양파를 까고 계셨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오늘 아침은 얼가리배추 김치와 고구마 줄기를 손질하는 날이었다.

어제 엄마는 얼가리배추 김치를 담그기 위해 텃밭에서 부추를 뜯어 오셨다.

그런데 부추를 보니 흰 부분이 유난히 많았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비가 너무 안 와서 그래."
"클 때 비를 못 맞으면 이렇게 돼."

그래서 동생과 나는 부추를 다듬기 시작했다.

쓸 수 있는 부분은 남기고, 굵고 질긴 부분은 잘라냈다.

그리고 남은 부추는 아예 베어냈다.


부추도 양분이 없는가 보다

엄마는 부추가 다시 잘 자라라고 거름을 주셨다.

그러면서 웃으며 한마디 하셨다.

"부추도 양분이 없는가 보다."

그 말을 듣는데 문득 사람도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몸에 에너지가 부족하면 쉽게 지친다.

마음의 양분이 부족하면 의욕이 사라진다.

목표를 잃으면 방향도 흐려진다.

부추가 흰 부분만 길게 자라듯, 사람도 안에서 채워지지 않으면 겉으로만 버티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엄마 옆에서 거름을 넉넉하게 뿌렸다.

잘 자라라고.

다시 힘을 내라고.

그러고 보니 그 거름은 부추에게만 준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주고 있었던 것 같다.


얼가리배추 김치와 고구마 줄기 반찬

오늘 아침 엄마와 나는 얼가리배추 김치를 담갔다.

고구마 줄기도 삶았다.

한 봉지는 고구마 줄기 김치를 담그고, 나머지 한 봉지는 양파를 듬뿍 썰어 넣어 볶음을 만들었다.

부엌에는 삶은 고구마 줄기 냄새가 퍼지고, 갓 버무린 김치 냄새가 따라왔다.

그렇게 우리의 아침 밥상은 오랜만에 풍성해졌다.

엄마는 김치를 담그시고, 나는 옆에서 거들며 함께 밥상을 준비했다.

이런 시간이 참 좋다.

누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일을 하며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옻닭을 먹고 다리에 옻이 올랐다

그런데 오늘 또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내 몸이 아직 생각보다 많이 약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어제 가족들과 함께 옻닭을 먹었다.

혹시 몰라 미리 약도 먹었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오늘 아침 양쪽 다리에 옻이 올라왔다.

가렵고 열도 난다.

몸이 보내는 신호가 또 하나 늘었다.

조금은 속상했지만 한편으로는 인정하게 된다.

아직 내 몸은 회복 중이라는 것.
아직은 예전의 몸이 아니라는 것.


회복도 양분이 필요하다

회복은 참 신기하다.

어떤 날은 들깨를 심으며 배우고, 어떤 날은 시골 버스를 타며 배우고, 오늘은 부추에게 거름을 주며 배운다.

몸도 마음도 양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쉬고, 잘 먹고, 잘 기다리는 것.

어쩌면 그것이 회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회복 6일차.

엄마는 부추에 거름을 주셨고, 나는 내 마음에도 조금의 거름을 주는 하루였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질문

  • 나는 지금 내 몸과 마음에 충분한 양분을 주고 있을까?
  • 겉으로는 버티고 있지만 안에서는 지쳐 있는 부분은 없을까?
  • 오늘 나에게 필요한 회복의 거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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