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배우는 삶 2기 ② │ 한 그릇의 밥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그릇의 밥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 엄마에게 배우는 삶 2기 ②

87세 엄마와 함께 살아가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며칠 전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호박전이 먹고 싶다."

오랜만에 엄마가 드시고 싶은 음식을 말씀하셔서 저는 기쁜 마음으로 호박전을 부쳤습니다.

따뜻하게 구워진 호박전을 앞에 두고 엄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식사가 끝날 무렵, 호박전 한 장과 몇 조각이 남았습니다.

엄마도 배가 부르다고 하셨고, 저도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버렸고, 엄마는 기억하셨습니다

엄마는 말씀하셨습니다.

"버리지 말고 잘 놔둬."

하지만 저는 '조금 남은 건데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렸습니다.

잠시 뒤 엄마가 물으셨습니다.

"호박전 어디 갔어?"

저는 순간 "제가 먹었어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제가 버렸다는 것을요.


엄마는 오래 마음에 두셨습니다

그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남동생에게도 이야기하셨고, 여동생에게도 말씀하셨습니다.

며칠 뒤 제 친구가 놀러 왔을 때도 웃으며 그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얘가 호박전을 버렸어."

처음에는 조금 민망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엄마가 왜 그 일을 오래 기억하셨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호박전을 버린 것이 아니라

엄마는 호박전 한 장이 아까웠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을 아끼셨던 것입니다.

호박을 심고, 물을 주고, 수확하고, 다듬고, 전을 부치기까지의 시간.

그리고 함께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먹었던 시간.

엄마에게 음식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수고를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저도 엄마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회복을 위해 엄마와 함께 살면서 엄마가 음식을 남기지 않는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텃밭에서 아욱을 따오시는 모습, 고추를 살피시는 모습, 새벽부터 밭으로 나가시는 모습을 매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수고를 알고 나니 밥 한 숟갈도, 반찬 한 조각도 예전처럼 쉽게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버린 것은 호박전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엄마에게 삶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음식을 끝까지 소중히 대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 그릇의 밥에는 농부의 땀과, 자연의 시간과, 가족의 사랑이 함께 담겨 있다는 것을 다시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사셨고,
저는 그 하루에서 삶을 배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오늘 식탁에 오른 음식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그 음식이 내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길과 시간이 있었을까요? 그 시간을 떠올리는 순간, 평범한 한 끼도 감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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