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배우는 삶 ① │ 엄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덜 아프다고 했습니다

엄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덜 아프다고 했습니다 | 엄마에게 배우는 삶 ①

87세 엄마와 함께 살아가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를 기록합니다.


사람은 아플수록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87세 엄마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면 덜 아파.”

처음에는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엄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한마디가 마음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엄마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

엄마는 마을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참 좋아하십니다.

장을 보러 가도 그렇고, 동네를 걷다가도 그렇고,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에도 누군가를 만나면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허리는 좀 괜찮아요?”

“자식들은 잘 지내요?”

“오늘은 어디 다녀와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안부를 묻고, 웃으며 몇 마디를 나누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엄마의 표정은 신기할 만큼 밝아져 있습니다.


사람과 이야기하면 왜 덜 아플까요?

어느 날 엄마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면 덜 아파.”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상담실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이런 말씀을 하시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속이 좀 시원해졌어요.”

“이제 살 것 같아요.”

19년 동안 상담을 하며 저는 사람의 마음은 결국 사람을 통해 회복된다는 사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진리를 가장 짧고 가장 따뜻하게 제게 알려준 사람은 상담 교과서가 아니라 87세 엄마였습니다.


엄마는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엄마는 심리학을 공부한 적도, 상담을 배운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평생 사람들과 살아오시며 가장 중요한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사람은 혼자 견디기보다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할 때 조금 더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저도 회복을 위해 엄마 집에 내려온 뒤, 엄마와 나누는 사소한 대화 덕분에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습니다.

오늘 텃밭 이야기를 하고, 동네 사람 이야기를 하고, 예전 추억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걱정이 조금씩 옅어졌습니다.


회복은 사람 속에서도 시작됩니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지칠 때는 누군가와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회복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엄마는 특별한 치료법을 말씀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평생 살아오시며 몸으로 알게 된 삶의 지혜를 들려주셨을 뿐입니다.

“사람들하고 이야기하면 덜 아파.”

그 짧은 한마디가 지금도 제 마음속에 오래 머물러 있습니다.


오늘도 엄마에게 삶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보내셨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안부를 나누고,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평범한 하루 속에서 사람은 사람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사셨고,
저는 그 하루에서 삶을 배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여러분은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어쩌면 우리를 회복시키는 것은 특별한 말이 아니라, 오늘도 안부를 물어주는 한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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