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엄마와 함께 살아가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덮던 조금 두꺼운 이불을 빨아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여름 이불을 꺼낼 때가 된 것 같았습니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이 오래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엄마 집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새벽 공기가 제법 차갑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저는 창문을 열어놓고 겨울 이불을 덮고 잠을 잤습니다.
생각해 보면 조금 우스운 모습입니다.
시원한 바람을 들이면서도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었으니까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런 이율배반이 참 많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다 아껴 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불을 빨래하는 동안 주방을 둘러보다가 주방세제 리필 봉투가 여러 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세제통을 열어보니 마침 리필 하나를 모두 부을 수 있을 만큼 비어 있었습니다.
저는 리필 봉투를 들고 세제를 부었습니다.
거의 다 들어갔지만 봉투 안에는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봉투를 몇 번 탈탈 털었습니다.
'이 정도면 다 썼네.'
저는 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한 가지를 더 알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시던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그거 수세미 위에 세워놔."
"그러면 남은 세제를 수세미가 다 빨아들여."
순간 '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세탁세제도, 주방세제도 모두 리필 제품을 사용하면서도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탈탈 털었으니 충분히 아껴 쓰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엄마는 한 방울까지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으셨습니다.
절약보다 더 깊은 마음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엄마는 돈을 아끼려는 분이 아니라, 물건을 귀하게 대하는 분이었습니다.
한 방울의 세제도, 한 조각의 음식도, 장갑 하나도 끝까지 제 역할을 다하도록 기다려 주셨습니다.
그것은 절약이라기보다 감사의 태도에 가까웠습니다.
귀하게 얻은 것은 귀하게 쓰는 것.
엄마는 평생 그렇게 살아오셨습니다.
저는 아끼는 척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스스로 꽤 절약하며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엄마 앞에서는 아끼는 '척'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아끼는 것은 조금 덜 쓰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소중하게 쓰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늘도 엄마에게 삶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리필 봉투를 수세미 위에 세워두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생도 물건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엄마는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사셨고,
저는 그 하루에서 삶을 배웠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질문
여러분은 당연하게 흘려보내고 있는 것이 있으신가요?
한 방울의 세제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작은 것들 속에도 감사와 배려를 배울 기회가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엄마에게배우는삶 #87세엄마 #절약 #리필세제 #주방세제 #감성에세이 #삶의지혜 #회복일기 #소소한행복 #감사 #시골생활 #강민주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