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표현예술치료와 뇌과학 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뇌는 왜 조금 더 편안해질까요?

"기분이 안 좋아요."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말을 합니다.

하지만 '기분이 안 좋다'는 말 안에는 서운함도 있고, 실망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두려움도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감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마음과 대화를 시작하게 됩니다.


감정을 모르면 마음도 흐릿해집니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 기분이 어때요?"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답답해요."

"그냥 힘들어요."

"잘 모르겠어요."

이런 대답은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마음의 언어가 선명해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감정은 처음부터 또렷한 문장으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몸의 긴장으로, 한숨으로, 표정으로, 손의 움직임으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뇌과학|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왜 도움이 될까요?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을 '감정 명명(Affect Labeling)'이라고 합니다.

연구에서는 감정을 적절한 단어로 표현하는 과정이 감정 경험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감정 조절과 관련된 뇌 기능과도 연관될 수 있음이 보고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기분이 안 좋아."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 나는 서운했구나.
  • 나는 실망했구나.
  • 나는 외로웠구나.
  • 나는 인정받고 싶었구나.

처럼 감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기가 쉬워질 수 있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감정이 막연한 불안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경험으로 바뀌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 감정을 다루는 방법도 조금씩 찾아갈 수 있습니다.


감정을 구분하면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실은 서운함이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불안하다고 느꼈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일을 앞둔 긴장이었던 적도 있을 것입니다.

감정을 세분화한다는 것은 감정을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마음의 지도를 조금 더 자세히 그리는 과정입니다.

지도가 정확할수록 길을 찾기 쉬운 것처럼, 감정을 정확히 알아차릴수록 자신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집니다.


푸드표현예술치료|왜 작품에 제목을 붙일까요?

푸드표현예술치료에서는 파스타면과 콩, 쌀과 잡곡, 과일과 채소, 씨앗과 껍질 같은 푸드재료, 그리고 나뭇잎과 꽃잎, 열매, 풀, 작은 돌 같은 자연물표현의 매개로 활용합니다.

표현이 끝난 뒤 바로 해석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작품을 천천히 바라보고, 작품에 어떤 이름을 붙이고 싶은지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던 분도 작품을 바라보다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건 기다림 같아요."

"이건 내 마음속 쉼터 같네요."

"생각보다 외로웠던 것 같아요."

작품에 제목을 붙이는 순간, 막연했던 감정은 조금 더 분명한 언어를 만나게 됩니다.

푸놀치에서는 제목이 정답이 아닙니다.

그 제목은 지금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작은 창이 됩니다.


푸놀치 상담실에서는…

한 참여자는 표현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 "괜찮아요."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그는 말없이 파스타면을 길게 이어 놓고, 그 끝에 검은콩 몇 알을 모아 두었습니다.

활동이 끝난 뒤 저는 작품을 해석하지 않고 조용히 질문했습니다.

"이 작품에 제목을 붙인다면 무엇이라고 하고 싶으세요?"

잠시 작품을 바라보던 그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혼자 걸어온 길."

그리고 조금 뒤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사실 많이 외로웠네요."

그날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작품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발견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늘의 10분 푸놀치|내 감정의 이름 찾기

이번 활동은 감정을 평가하는 시간이 아니라, 감정의 이름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산책 중에는 자연물을, 실내에서는 파스타면, 콩, 쌀, 잡곡, 씨앗 등 푸드재료를 활용해 보세요.

2분|손이 가는 표현의 매개를 선택합니다

예쁘게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손이 먼저 선택하는 푸드재료와 자연물을 따라갑니다.

3분|지금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사람, 길, 집, 꽃, 나무 등 어떤 형태도 괜찮습니다.

모양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2분|작품을 바라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을 천천히 바라봅니다.

어떤 재료가 내 시선을 오래 붙잡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3분|작품에 제목을 붙여봅니다

한 단어도 좋고, 짧은 문장도 좋습니다.

떠오르는 첫 번째 제목을 적어봅니다.

"이 작품의 이름은 무엇일까?"

"이 제목은 내 마음의 어떤 부분을 말해 주고 있을까?"

"오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무엇일까?"


활동할 때 기억하면 좋은 점

감정을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는 부담은 내려놓아도 됩니다.

오늘은 '답답함'이라고 표현했지만, 내일 다시 바라보면 '서운함'일 수도 있습니다.

감정은 살아 움직이는 마음의 언어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만나는 것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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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아침 산책이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뇌과학

③ 감정은 말보다 먼저 재료를 선택합니다

④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면 뇌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오늘의 한 문장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마음은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마무리

우리는 감정을 없애며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방법은 배울 수 있습니다.

푸드재료와 자연물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말보다 먼저 마음을 표현하게 돕는 표현의 매개입니다.

그리고 작품에 붙인 제목은 누군가를 위한 설명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한 마음의 언어가 됩니다.

오늘 10분, 자신의 표현을 바라보며 제목 하나를 붙여보세요.

그 한 줄의 제목이 마음을 이해하는 첫 문장이 될지도 모릅니다.


다음 글 예고

[푸드표현예술치료와 뇌과학 ⑥] 감정을 표현하면 기억도 함께 정리될까요?

왜 오래된 기억은 특정한 냄새와 음식, 자연을 만났을 때 다시 떠오를까요? 다음 글에서는 감정과 기억, 그리고 푸드표현예술치료의 관계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이 글은 푸드표현예술치료와 뇌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의료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감정 표현이 어려워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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