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선택, 그리고 나답게 살아가는 삶에 대해 천천히 질문해 보는 성찰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별일 없었어."
우리는 하루를 마치며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었고,
대단한 성취도 없었으며,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도 없었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래서 평범한 하루를 조금은 별것 없는 하루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별일 없었던 하루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하루일까요?
오늘 「삶에게 묻다 ㊴」에서는 왜 평범한 하루가 삶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는지, 특별하지 않은 삶도 충분히 좋은 삶일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별일 없었습니다"
어느 날 한 남자가 현자를 찾아왔습니다.
현자가 물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느냐?"
남자가 대답했습니다.
"별일 없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현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아침에는 무엇을 했느냐?"
"가족과 아침을 먹었습니다."
"낮에는?"
"일을 했습니다."
"몸은 어떠했느냐?"
"크게 아픈 곳은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다들 별일 없이 지냈습니다."
현자가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별것 없는 하루라고 생각하느냐?"
우리는 특별한 날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삶에는 기다리는 날이 많습니다.
합격하는 날,
취업하는 날,
결혼하는 날,
아이를 낳는 날,
승진하는 날,
여행을 떠나는 날.
그런 날들은 분명 소중합니다.
하지만 인생을 돌아보면 그런 특별한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삶은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일하고, 사람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평범한 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삶은 특별한 사건 사이에 있는 시간이 아니라
그 평범한 시간 자체인지도 모릅니다.
평범한 하루는 아무 일도 없는 하루일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은 다르게 보면 많은 것이 무사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큰 사고가 없었고,
갑작스러운 이별도 없었으며,
가족이 무사히 하루를 보냈고,
나 역시 하루를 지나왔습니다.
우리는 큰 사건이 없으면 그 하루의 가치를 쉽게 지나칩니다.
어쩌면 많은 것이 무사했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간절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평범한 하루의 가치는 삶에 큰 변화가 생겼을 때 더 선명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몸이 아플 때는 아무렇지 않게 걷던 날이 그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나면 별것 없이 나누던 대화가 그리워집니다.
힘든 일이 생기고 나면 걱정 없이 잠들었던 평범한 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평범하다고 부르는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하루일 수도 있습니다.
삶은 기억에 남는 날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생을 떠올릴 때 특별한 장면을 먼저 기억합니다.
졸업식, 결혼식, 여행, 큰 성취, 기념일 같은 순간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삶을 채웠던 것은 그 사이의 셀 수 없이 많은 평범한 날들입니다.
기억에는 선명하게 남지 않았어도 그 하루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습니다.
수많은 평범한 날들이 모여 만들어집니다.
평범하다는 것은 실패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많이 볼수록 나의 일상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멋진 여행을 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누군가는 좋은 결과를 이루어냅니다.
그 장면들과 나의 평범한 하루를 비교하면 내 삶에는 특별한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특별한 장면과 나의 평범한 하루를 비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평범한 날들이 있고, 우리에게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소중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평범한 삶은 부족한 삶이 아닙니다.
평범한 하루에는 작지만 많은 것이 있습니다
조금 천천히 바라보면 평범한 하루에도 수많은 장면이 있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얼굴을 스치는 바람,
누군가와 나눈 짧은 인사,
따뜻한 밥 한 끼,
좋아하는 음악 한 곡,
집으로 돌아오는 익숙한 길.
하나하나는 작아 보이지만 이런 것들이 하루를 이루고, 하루가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듭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우리를 지켜주기도 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일상은 우리 마음을 지탱하는 틀이 되기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산책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쉬는 일.
삶이 흔들릴 때 우리를 다시 일으키는 것도 이런 작은 일상일 수 있습니다.
삶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평범함을 소중히 여긴다고 변화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범한 하루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새로운 목표를 세울 수도 있고, 여행을 떠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더 좋은 내일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오늘의 삶을 가치 없게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변화를 꿈꾸면서도 오늘의 밥 한 끼를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앞으로의 목표를 준비하면서도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좋은 인생은 좋은 하루들이 모여 만들어질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좋은 인생을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좋은 인생이라는 것이 언젠가 갑자기 완성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오늘 한 끼를 잘 먹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내 몸을 조금 돌보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는 것.
그런 하루들이 쌓이면서 우리의 인생도 만들어집니다.
좋은 하루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그리워할 오늘
언젠가 우리는 지금의 어떤 장면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족과 함께 앉았던 식탁,
부모님의 목소리,
아이들에게 걸려오던 전화,
매일 걷던 동네 길,
익숙했던 집의 풍경.
지금은 너무 평범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것이 한 장면의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나가기 전에 한 번쯤 바라봐 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내 인생의 하루입니다.
현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현자가 남자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오늘 하루를 다시 말해 보겠느냐?"
남자는 잠시 생각했습니다.
아침에는 가족과 밥을 먹었고, 할 일을 무사히 마쳤으며, 차 한 잔도 마셨습니다.
크게 아프지 않았고, 가족에게도 별일이 없었습니다.
남자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꽤 괜찮은 하루였네요."
현자가 말했습니다.
"행복한 하루는 특별한 일이 많이 일어난 날이 아니라
소중한 것이 무사히 곁에 있었던 날일 수도 있단다."
삶에게 묻다
오늘 내 곁에 무사히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아침에 눈을 뜬 것일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따뜻한 밥을 먹은 것일까?
내 발로 걸었던 것일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것일까?
그리고 지금 너무 평범해서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언젠가 가장 그리워질 것은 무엇일까?
오늘이 지나가기 전에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함께 생각해 볼 질문
- 오늘 하루에서 가장 평범했던 장면은 무엇인가?
- 그 장면이 사라진다면 나는 무엇을 가장 그리워할까?
-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사람이나 일상은 무엇인가?
- 특별하지 않다는 이유로 내 삶의 가치를 낮게 보고 있지는 않은가?
- 오늘이 끝나기 전에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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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에게 묻다 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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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후반전에는 무엇을 남겨야 할까? - 더 채우기보다 덜어내며 사는 삶
평범한 하루가 삶의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마지막에는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며 살아가고 싶은가?"
다음 글에서는 더 많이 채우는 삶에서 조금 벗어나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끝까지 지키며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특별한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지만 인생의 대부분은 평범한 날들로 채워집니다.
그래서 평범한 하루를 소중하게 산다는 것은 삶의 아주 큰 부분을 소중하게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일 수 있습니다.
보라 강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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