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습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이 꽤 많았습니다. 음식을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자연스럽게 몇 가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토요일 점심, 식당에서 본 풍경
한 테이블에서는 아이가 휴대폰 화면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아빠가 떠먹여 주는 밥을 먹으면서도 시선은 한 번도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리를 흔들며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아이는 지금 무슨 맛으로 밥을 먹고 있을까?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두 아이가 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계속 휴대폰만 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가끔 아빠를 쳐다보았지만 아빠의 시선은 화면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반면 또 다른 가족은 조금 달랐습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휴대폰으로 야구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누가 잘하는 선수인지 이야기하고, 방금 나온 장면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웃고 있었습니다.
같은 휴대폰인데도 분위기는 참 달라 보였습니다.
휴대폰을 보여주지 말자고 했던 시절
그 모습을 보며 문득 휴대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키울 때 지금처럼 휴대폰이 흔한 시대를 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정도 되었을 때 처음 휴대폰을 사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딸들이 결혼하기 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절대로 휴대폰을 보여주지 말자."
그때는 그것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손주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우리 가족도 같은 고민을 합니다
사실 우리 손녀들도 휴대폰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휴대폰에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식당에 가면 늘 고민이 됩니다. 아이들이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 있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부모들도 밥을 먹어야 합니다. 아이를 챙기고 달래다 보면 정작 부모는 밥 한 숟가락 제대로 먹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나름의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 먼저 아이들 밥을 먹입니다.
- 부모가 식사를 해야 하는 시간에만 잠시 휴대폰을 보여줍니다.
- 부모의 식사가 끝나면 휴대폰도 바로 끝냅니다.
물론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규칙이 잘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휴대폰을 보여주느냐 보여주지 않느냐보다 가족 안에서 함께 지킬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기관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아이들을 대상으로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휴일에는 17시간 이상 휴대폰을 하고, 평일에도 5시간 이상 사용하는 아이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게임을 끊지 못해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부모와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손주를 키우는 딸들을 보면서 압니다. 이 문제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정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휴대폰이 육아를 대신하는 존재가 되기보다 잠시 도움을 주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합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뒷모습을 배웁니다
사실 우리 어른들도 휴대폰을 보며 밥을 먹으면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배가 부른지, 무엇을 먹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어른도 조절하기 어려운 것을 아이들이 스스로 조절하기는 얼마나 힘들까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만 휴대폰 사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 어른들의 모습도 함께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제 식당에서 본 세 가족의 모습은 모두 달랐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늘 어른들을 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빠가 휴대폰을 보는 모습도, 아빠와 함께 야구를 보며 웃는 모습도, 모두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휴대폰을 내려놓으라고 말하기 전에 나부터 잠시 화면을 내려놓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휴대폰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밥 먹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웃는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짧지만 아이들의 기억 속에는 오래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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